야설

미시의 하루-하편

소라바다 92 11.16 12:25
빨리 친구의 가게로 가고 싶었다. 그러나 굴곡진 몸이 그대로 드러나는 타이트 스커트를 입은 상황에서 팬티가 항문 골짜기로 말아 올려진 상태라는 건, 지나가는 누구나 한 번쯤 시선을 둘 테고. 천박하다거나, 야하다거나, 혹은 혀를 차며 욕지거리를 할 수 있는 몰골이 뻔했기에 전철의 화장실로 향했다.

 

역시나 부끄럽게도 화장실 안에는 젊은 아가씨들이 출근 전에 화장을 고치는지 몇 있었다. 그녀들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뒤태를 드러내지 않는 어색한 모습으로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문을 걸었다.

지하철 안에서부터 긴장됐던 모든 것이 그제야 풀리는지 다리가 후들거렸고, 맥이 빠지는 기분이었다.

 

스커트를 걷고 조심스레 스타킹을 무릎까지 내렸다. 그리곤 양변기에 앉기 위해서 백에서 휴지를 꺼내 앉을 자리를 닦았다. 그렇게 변기를 향해 허리를 구부리자, 강렬했던 자극이 조금 전까지였기 때문인지, 엉덩이에 스치는 바람이 너무나 시원했다. 그런데 동시에 항문 골짜기에 끼어있던 팬티가 워낙 꼭 껴서인지 안으로 더 파고들었고, 강한 자극으로 다가와 음부까지 움찔거렸다.

 

서둘러 손으로 빼려 했다. 분명 그랬다. 그런데, 그런데 그러질 못했다. 엉덩이를 스치며 팬티를 찾던 손은 엉덩이 골짜기에 있던 팬티의 고무줄 때문에 팬티를 내리지 못했고, 오히려 손가락을 팬티 속으로 넣자 그 손가락만큼의 공간을 빼앗긴 항문과 음부는 더욱 자극에 빠져들고 말았다.

 

조금씩 무릎이 굽혀졌고 엉덩이는 더더욱 뒤로 빼고 말았고, 사타구니에 고정되는 팬티의 고무줄을 빼려 했던 손가락은 오히려 팬티를 허리 위쪽으로 향해 팬티를 잡아당기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강렬한 자극. 떨리는 손가락 끝의 미묘한 움직임이 고스란히 항문과 음부에 전해졌고, 쿵쾅거리는 심장의 박동은 마치 80미터 달리기하고 난 뒤의 그것보다 더한 듯 크게 들렸다. 벌어졌던 오금은 서서히 오므려졌고 무릎과 무릎은 쪼그려 앉은 채로 교차해 하이힐의 불안정함과 함께 온몸의 떨림으로 후들거렸다.

 

“쾅~~~!”

 

문을 강하게 닫는 소리와 함께 난 황급히 시스룩의 팬티를 내리고 변기에 앉았다.

아차 싶었다. 극세사처럼 얇은 망사로 만들어진 팬티를 그리 급하게 내리다 그만 애액에 젖어 살에 붙어있는 걸 생각지 못했다. 팬티의 엉덩이 부분이 찢어지고 말았다.

 

남편 몰래 산 빅토리아 시크릿의 팬티는 워낙 고가여서 조심스레 입고 만족하는 걸로 여겼던 건데, 모르는 남자의 자극으로 이 지경까지 됐다는 것에 적잖이 놀라웠지만, 항문과 음부에서 오는 자극이 그 모든 걸 밀어내고 있었다.

 

고개를 숙여 음부 주위를 보았다. 많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깔끔하게 정리한 음모들이 낯선 남자의 손길과 성기의 자극으로 흐른 애액으로 반짝였다.

휴지를 꺼내 살짝 눌러 닦아냈다. 그런데 아직도 그 흥분이 가시지 않았는지 음모를 누른 손끝이 음부를 자극하고 말았다. 움찔거리는 항문과 음순들이 더한 자극을 원하는 듯 움츠렸다.

 

“퉁~~!”

 

옆 칸의 벽에 뭔가 부딪히는 소리. 놀라 옆 칸을 보았다. 고개까지 들어 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대신 양변기에 누군가 앉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소리 없이 드는 자괴감.

 

서둘러 음부와 음모 그리고 항문에 묻은 애액들을 닦아냈다.

 

조심스레 팬티를 입었다. 그런데 차가운 감촉, 팬티에 애액이 젖은 걸 닦지 않았다. 다시 팬티를 무릎까지 내리고 백에서 휴지를 꺼내 음모와 음부부터 닦았다. 그리곤 무릎을 양옆으로 엉거주춤하니 벌려 애액이 젖은 부분을 눌러 닦고 팬티를 다시 조심스레 입으면서 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조심스레 올리는 스타킹의 손길은 떨렸고, 채 입기 전에 휴지로 팬티에서 비춰 나와 스타킹까지 묻은 애액을 닦는 걸 잊지 않았다.

 

스타킹을 올려 입으면서 그러는 내가 우습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마흔이 넘은 나이, 남편도 그리 여자로 여기지 않는 내가 이런다는 것이 못내 코미디같이 여겨졌다. 아니 코미디였다. 그것도 아주 저질의 코미디.

 

우연히 몇 해 전에 알게 된 사이트를 보면서 나도 더 나이가 들기 전에 내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놓고 싶었다. 더 이상 그 누구도 사진을 찍어주지 않고, 아이들의 졸업식에나 그 모습이 가끔 보여지는 나였기에 나 스스로라도 담고 싶었다.

 

사이트에서 알음알음 알게 된 지식으로 디카를 사야 한다는 걸 알았다.

 

“엄마가 그건 뭐하게요?”

 

그러나 내게 돌아온 아들의 대답은 웃긴다는 반응이었다.

 

대학생인 아들이 내게 말하는 게 고작 늙은이 취급이었다. 하긴 내 외출 의상을 본 아들의 반응은 못 말리는 엄마라는 핀잔과 잔소리였기에 어쩌면 당연할지도 몰랐다. 그래도 착한 아들은 제 것을 쓰라며 빌려줬고 사용 방법도 나름대로 알려줬었다.

 

처음 셀카를 찍던 그 느낌, 그 셔터의 소리, 그리고 마치 유령 사진처럼 나왔던 첫 사진들을 보면서도 난 내가 코미디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찰칵거리는 소리는 아니었지만, 뭔가 기계를 만지는 듯한 소리를 들은 건 스타킹을 다 올리고 힘겹게 스커트를 내리면서 내가 코미디언이라는 생각으로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서 보였던 내가 생각나 쓴웃음을 지으면서였다. 하지만 더 이상 들리지 않았고 화장실은 고요했다.

 

과민해진 나를 탓하며 애액을 닦은 휴지를 나름대로 깔끔한 휴지통에 넣으면서 발길을 돌렸지만, 그게 나이 탓의 과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걸 알게 된 것은 화장실을 나와 옷을 점검하고 지하철의 인파 속으로 묻히면서였다.

 

킥킥거리는 소리와 함께 어린 남학생들의 목소리로 들리는 하이톤의 속삭임.

 

“확 쫓아갈걸~”

 

“미쳤냐 인마. 아줌마야.”

 

“그래도 꼴리잖아.”

 

순간 디카나 핸드폰 사진으로 찍혔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시 돌아가 그 학생들을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무서웠다. 무서웠고, 이미 내 육체는 식어있었지만 냉정하게 아줌마의 극악을 부릴 용기는 없었다.  아직 난 우리 엄마의 그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철부지 아줌마일 뿐이다.


집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한산한 부천역 광장은 마음속에 이상하리만치 부러 나오는 여유를 만들었고, 그래서인지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로 가득했던 지하철에서의 일들로 예민해졌던 나를 한층 편해지게 했다.

 

아직 태양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시간이어서인지 날씨는 그리 후덥지근하지 않았고 몇 걸음 걷지 않았음에도 살랑 치맛자락을 건드리며 지나는 바람마저 불어 기분을 한층 끌어 올렸다.

하긴 아직 채 마르지 않은 속옷들에 바람까지 부니 오히려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그 시원함이 찢어진 팬티 사이로 바람이 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눈치챈 건, 친구 가게로 가기 위해 탄 택시 가죽 시트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으면서였으니, 어지간히 무딘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닫힌 문을 두드리고, 전화를 하고서도 한참 후에야 부스스한 모습으로 문을 열어준 순영은 지난 밤이 과히 조용하지 않았음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오랜만의 만남임에도 반가움을 표하기보다는, 일단 너무 이른 방문에 자신의 휴식이 빼앗길 거라는 일종의 경계심이 얼굴에 스쳤고, 하는 둥 마는 둥 반가움을 표시하고 돌아서 다시 방으로 들어가는 순영의 복장에서도 결국 난 어떤 밤이었을 것을 쉽사리 알아낼 수 있었다.

 

속옷 차림의 순영, 그것도 간신히 끈으로 걸치고 있는 그 아이의 팬티를 보면서 놀랐지만, 그것보다 티 팬티의 앞과 뒤를 바꿔 입은 모습에 문을 열기 위해 후다닥 벗어놓은 팬티를 급작스레 입었을 걸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기집애. 반갑지도 않은가 보네.”

 

가게에 있는 방에 들어가 어지럽게 깔린 이부자리에 엎어지듯 누우면서 순영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한쪽 다리를 들어 종아리 주위를 긁으며 “아냐, 어서 와. 어제 많이 마셔서 그래. 잠시만 누웠다가 일어날게”라고 대답하고는 그냥 엎어져 버렸지만, 꼬여질 대로 꼬여진 끈팬티가 기집애의 그곳을 몹시도 파고 있는 걸 그대로 노출하고 있었기에 시선을 피해 홀 냉장고에서 음료를 꺼내 마시고 말았다.

 

생각처럼 작은 가게 안은 생각보다 더 낯선 냄새들로 가득했고, 채 치우지 못한 테이블은 오징어와 먹다 만 과일, 그리고 널브러진 술병들이 마치 순영이의 순탄치 못한 인생처럼 못내 서글펐다.

 

과연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건지, 여고 시절 우리가 재잘거리며 떠들던 인생이 이런 거였는지, 과연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를 생각하면서 괜스레 우울해지고 있을 무렵, 40대 아줌마의 가슴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탱탱한 젖가슴을 가리지도 않고 돌려 입은 티팬티 차림으로 어느새 차가운 맥주를 들고 내 앞에선 순영이 테이블에 잔 두 개를 올려놓았다.

 

“미친년. 뭔 바람이 불어서 사모님이 아침부터 이런 난잡한 곳에 다 행차하셨을까?”

 

코앞에 서 있는 순영의 돌려 입은 티팬티를 보다 깜짝 놀라 대답도 못하고 있을 차에

 

“음료수는, 네가 애니? 맥주 한잔해. 나 혼자 해장술 마시긴 좀 그런데, 잘됐다.”라며 두 잔 가득 따르고는 그리 깨끗해 보이지 않는 의자에 그대로 앉았다.

 

“응? 으응. 아침부터 무슨. 그래 마셔. 어제 늦게까지 손님이 있었나 봐.”

 

“캬~. 역시 해장은 술로 하는 거야. 이제 좀 정신이 든다.”

 

받은 맥주잔에 입술만 대는 나와는 달리, 단숨에 한 잔을 비우고 순영은 또 한 잔을 채우고 있었다.

 

“늘 그렇지 뭐. 어젠 내가 좀 당겨서 영계 하나 잘 꼬셔서 늦게까지 마셨지. ”

 

그리곤 가슴을 손으로 쓱 올리면서

 

“그래도 내가 아직 한 몸매 하잖니. 아직. 이래 봬도 20대 애들도 한번 어떻게 하고 싶어서 난리라고.”

 

하긴, 순영은 내가 봐도 남자들이 탐낼만한 몸매였다.

 

결혼 후 임신 5개월에 아이가 잘못돼 유산을 하고는 아이를 가진 적도 없어서 그런지, 처녀들의 그런 몸은 아니지만, 가슴과 골반, 그리고 엉덩이는 그 어린애들이 가질 수 없는 풍만함과 여유로운 살들이 이쁘게 자리했고, 수유를 안 했지만 한번 영글었던 가슴은 애써 젖을 말렸어도 아직 풍성한 포용스러움을 풍기고 있었다.

 

하지만 나보다 더 순진하였던 그 아이의 입에서 영계니 하는 소리를 담배 연기와 함께 내뱉는 모습이 이 가게의 묘한 분위기와는 어울릴지는 모르지만, 내겐 한참이나 낯설기만 했다.

 

하긴. 세월이 얼마인가. 까만 교복이 보이기만 해도 가슴이 뛰어 집에도 경주하듯 도망치던 내가, 지하철에서 낯선 남자의 손길이나 낯선 이들의 시선이 내 온몸을 훑을 때의 짜릿함을 느끼게 될 줄 상상이나 했겠는가.

우린 변했다. 아니 우린 세월에 그냥 이렇게 저렇게 타협하며 인생의 한순간을 마감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뭐해. 비워. 참, 신랑이랑 승준이는 잘 있지?”

 

만지작거리는 내게 한마디 던지며 순영은 방으로 들어가 주섬주섬 치우고 있었다.

 

“들어와.”

 

“응. 뭐 그렇지. 잘 있어”

 

방으로 들어가면서 난 왠지 이곳이 그렇게 낯설어지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옷차림하고는... 훗. 사모님이 그렇게 입어도 되는 거야? 내가 편한 옷 줄게.”

 

뒤적거리며 옷가지를 챙기는 순영은 너무나 자연스러웠고 자유스러워 보였고, 난 순영의 말에 바보같이 찢어진 팬티 생각에 엉덩이를 손으로 쓸어내리며 엉거주춤 방으로 들어갔다.

 

난 아직 그 껍질을 채 벗기지 못하고 있었고, 그 알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듯 유영하고 있음을 알았다.

하지만 옷을 갈아입는 내 모습을 보고는 티 팬티 하나를 건네는 순영이가 깔깔거릴 때 비로소 난, 내게 그 껍질을 깰 유일한 기회가 오늘이라는 걸 알았고, 지금이 아니면 영영 그 알 속에서 사장되고 만다는 걸 알았다.

 

“미친년. 어쩌다 팬티는 찢어먹고. 혹시. 크크크. 아냐, 갈아입어”

 

건네받은 티 팬티를 난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돌려 입었다. 끈으로 된 팬티의 뒷부분을 거침없이 음부, 그리고 음순 사이로 넣었다.

 

아.~~~ 아까 가졌던 모든 욕망이 일순 그대로 밀려왔다. 거칠게 벗어던져 찢어지고 구겨진 내 팬티와 스타킹이 몹시도 초라했다. 그러나 내게 지금 이곳에서 중요한 것은 그 어떤 것도 없었다.

파르르 떨리는 무릎을 감추기 위해 그대로 방바닥에 앉으면서도 그 자세의 변화가 더 큰 자극으로 다가왔다.

 

순영이는 내가 오기 전까지 자고 있던 자리에 누워 마일드세븐 한 개비를 물었다. 길게 뿜어져 나오는 담배 연기 속에서 순영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측은지심이 들며 난 여고 때처럼 순영 옆에 엎드려 누웠다.

 

“옛날 생각난다. 우리 학교 때 자주 공부한다고 함께 잤는데.”

 

순영은 깔깔 웃으며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그랬지. 공부는 하나도 안 하면서.”

 

그랬다. 순영은 여고 시절, 그냥 눈에 전혀 띄지 않는 보통의 아이였다. 그냥 우린 늘 깔깔거렸고 늘 떡볶이며, 순대를 먹으면서 즐겁기만 했었다. 그랬던 순영이였다. 그런데 누구보다 일찍 결혼했고 누구보다 역시 일찌감치 아들을 낳았고 이혼까지 했다.

 

“그런데 우리가 언제 이렇게 늙어버렸을까?”

 

“그러게. 늙은 것만이 아니라 너무 많이 변했다.”

 

순영은 재떨이에 피던 담배를 아무렇게나 마구 구겨 껐다. 마치 우리네 중년 여자들의 삶이 아무렇게나 그렇게, 그렇게 늙어. 어디에서도 별다르게 취급받지 못하는 것처럼.

 

한숨이 밀려왔다.

 

“미친년. 한숨은.”

 

목이 마른 듯 맥주 한잔을 마시고는

 

“나야 그 새끼 땜에 그렇지만, 너는 의사 남편에, 공부 잘하는 아들에, 뭐가 문제니?”

 

난 또다시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미친년. 신파처럼 그러지 마. 무슨 사랑과 전쟁 찍니? 왜? 네 집에 문제 있어? 깔깔깔. 정말 소설 같은 소리는 제발 하지 마라.”

 

그러면서 순영은 가뜩이나 앞뒤를 뒤집어 입어 불편한데 엉덩이를 찰싹 소리가 나게 때렸다. 움찔거리는 엉덩이에 힘이 들어가자 자연스레 음부에 끼인 팬티가 더 조여져 자극이 심했다.

 

“응? 으응. 나야 뭐 그렇지. 그래, 넌 그때부터 변한 거 같아.””

 

팬티를 살짝 빼내고 싶었지만, 바로 앉아 빤히 쳐다보며 이야기하는 순영이게 부끄러워 치골을 요에 누르고는 살짝 상체를 위로 올려 팬티를 음순 사이에서 빼려고 했는데, 그만 단단히 끼었는지 오히려 치골에 의해 자극만 될 뿐이었다.

 

“그래, 그 새끼 땜에 내 인생이 삼팔광땡 따라지신세지.”

 

흔히들 강간은 없다고 한다. 그리고 면식범에게 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도 한다.

 

“어느 놈이 한강에 배 지나가면 모른다고 하는지, 다 웃기는 얘기지. 크크, 하긴 내가 어리석게 다 말한 잘못이 크다.,”

 

순영은 결혼해서도 그냥 조신하게 잘 살았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이혼을 했다는 소리에 기겁을 했고 위자료 한 푼못 받았다는 것에 더더욱 놀랐었다. 순영에게 들은 얘기로는 남편 선배에게 강간을 당했고 그걸 빌미로 계속 요구하는 남편 선배의 요구를 몇 번 들어주다가 그만 발각됐다는 것이다.

 

순영은 결코 즐긴 것이 아니라했고, 어쩔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걸 믿는 사람은 나 외에 몇되지 않았고, 모두 강간이 아닌 화간이라며 돌을 던졌고, 여렸던 순영은 돌팔매를 견디지 못하고 파경을 맞았던 것이다.

 

사람은 같은 상황에서 동일한 일을 당하고도 전혀 판이한 귀결이라는 아이러니컬한 처지에 놓인다.

 

“아이, 우리 꿉꿉한데 찜질방에나 가자. 오늘 뭐 특별한 일이 있어 온건 아니지? 늦게 들어가도 되는거지? 오늘 잼나게 놀자.”

 

“어? 어어.. 그래... 별다른 일은 없어.”

 

순영이 던져주는 츄레이닝을 집으면서 재빨리 팬티를 살짝 빼내었지만, 난감한 것은 옷을 입고도 마찬가지였다. 나보다 키는 더 크면서도 혼자 살아서인지, 날씬한 순영의 츄레이닝이 레깅스처럼 너무 타이트했다. 물론 스타킹처럼 그렇지는 않았지만, 치골이 도드라지는 건 물론이고, 돌라입어서인지 티팬티임에도 불구하고 앞뒤로 팬티 라인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거였다.

 

“다른 거 없어? 이걸 어떻게 입어?”

 

순영은 깔깔 웃으면 내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쳤고, 이내 손 등으로 치골을 톡 치면서

 

“여기가 집이니? 다른 게 어딨어? 그러게, 누가 그렇게 엉덩이가 통통하게 태어나랬니? 뭐, 남자들이 좋아하겠네. 하하하”

 

대수롭지 않게 툭 던지고는 앞장서 가게 밖으로 나가 빨리 나오라며 손을 흔들었다.

 

몇 가지 옷이 있는 곳을 보니 츄레이닝 반바지 외에 별다른 게 없었고, 그건 입으면 아예 팬티일 듯싶어 난감하게 순영을 쳐다봤다.

그러자 순영의 모습 그 뒤로 아침 햇살이 강하게 순영의 머리 위로 비췄고,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순영은 그냥 이쁘고 고결한 귀부인처럼 아름다운 아우라까지 생기는 듯했다.

 

슬리퍼를 신고 쫓아가는 내 모습은 천박한 술집 여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거였다.

 

반소매 쫄티에 거의 레깅스같이 적나라하게 몸이 드러나는 타이트함에 조막만 한 팬티 라인이 도드라지는 모습은 누구라도 쉽게 생각할 거였고, 어떻게 좀 해주세요. 라는 무언의 외침으로 보이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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