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도 -단편
벌써 삼 년이 흘렀다. 그녀와 만났던 때가...
하던 일이 생각대로 잘 풀리지 않던 난 한동안 엄청난 스트레스와 흘러넘쳐 주체하지 못하는 시간과 씨름을 하고 있던 차였다.
컴을 켜고 멍하니 앉아있다 세이에 연결을 하고 방을 만들어 당시 잘(?) 나가던 가요 몇 곡을 걸었다.
잠시 커피를 한 잔 마시던 중에 쪽지가 날아왔고, 그녀와의 대화가 시작됐다.
삼십여 분 간단한 인사말이 오가고 그냥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그녀가 방 인원을 제한할 것을 요구한다.
"이방 왜 만들었어요?"
느닷없는 그녀의 질문...
"에...?"
멍청하기 그지없는 내 대답...
"애인 만드는 중?"
"아니 그냥 심심해서..."
결혼 여부를 묻는 그녀의 말에 선선히 결혼했음을 대답했다.
그럼 외도는 하느냐 물었다.
"아니..."
멋쩍게 대답해 놓고선 참 민망했다. 이 여자 별걸 다 묻는다 생각했다.
이것저것 그녀의 질문이 쏟아진다.
간단히 이어지는 내 대답들과 가끔 진땀을 흘리며 타자를 날리고 있는 내가 참 웃기는 모습이다.
내가 물었다.
"댁은 결혼 했소?"
"..."
"?"
"했어요."
망설이듯 답하는 그녀...
갑자기 목소리가 듣고 싶단다. 이런...황당할 때가...
왜냐는 내 질문에
"그냥..."
짧게 답한다.
그때 전화 한 통화가 걸려 오고 난 대화를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죄송. 업무 전화라.^^;"
소비자의 상담 건이라 급하게 창을 바꿔 이것저것 설명하고 나니 꽤 시간이 흐른 듯 통화를 끝내고 다시 창을 바꾸니 그녀가 없다.
그날은 그렇게 대화를 끝냈고 그냥 잊어버리고 있었다.
일주일쯤 후 난 다시 세이에 들어가 방을 만들었고 두어 시간 내 좋아하는 노래만 듣고 있었다.
드문드문 문의 전화를 받고, 커피도 두어 잔 마시고...
무료하던 시간이 한참을 흐른 뒤 한 사람이 찾아 들었다.
서툰 타자 실력 탓에 안녕하. 란 말을 다 찍기도 전에
"또 애인 만드나 봐 ^^ "
한마디 농담이 날아온다.^^;
"누구신가?"
"벌써 날 잊었네... ㅠㅠ.ㅠ"
자기를 소개한다. 며칠 전 짤막한 대화를 나눴던 여인네라며.
"아... 죄송 ^^;"
그녀는 처음 채팅을 나눴던 그날 나를 친구 등록했다 말한다.
"그랬군요."
"근데 친구등록이란 거 어떻게 하는 건지???"
잘 모르던(?) 난 멍청한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젠장 내가 이런 거 자주 해봤어야 알지.
"어머나~ 방송할 줄 알면서 친구등록도 몰라요?"
"방송은 메인에 뜨기에 그냥 설명대로 따라 한 거라... ㅜ. 두"
"채팅 별로 하지 않았구나?"
"ㅡㅡ;"
"근데, 정말 애인 만들려고 방 만든 거 아닌가?"
"손가락이 독수리라 그럴 엄두도 못 냅니다. 하하"
오가는 몇 번의 농담이 있고 나서 느닷없이 전화번호를 묻는다. 왠지 그냥 목소리가 어떨지 궁금하단다.
어떻게 생겼냐는 이어지는 그녀의 질문에 순간 "포장"을 좀 할까 하다 생각해보니 우습다.
적당히 생긴 모습을 설명해주고 나서 물었다.
왜 자꾸 애인 타령인지.
혹, 애인이 필요해서인지. 당연히 농으로 물었었다.
"..........."
한참을 말이 없다.
다른 일 하나 보다. 난 그렇게 생각하고 우울한 기분전환도 할 겸 음악을 바꾸고 다시 채팅 창으로 돌아오니 그녀가 올린 한마디가 있다.
"응..."
" ... "
농담인 듯 슬쩍 물어보았다.
"많이 심심하신 모양이네."
"아니, 진짜 애인이 필요해요."
"남편 알면 큰일 날 텐데."
"요즘 남편이랑 사이가 별로 안 좋아."
"?"
"매일 싸우기만 해서."
"살다 보면 부부간에 싸움도 나고 할 수 있죠."
"맞아요. 근데 우리는 싸움이 너무 길어서 이젠 말도 안 하고 지내요."
"ㅎ..ㅎ..^^; 그렇다고 막 아무나 애인 삼고 그러면 큰일 날 텐데."
"알아요. 그래도 너무 외로워"
잠시 침묵이 흐르고.
"뭐, 남 일에 감 놔라 배 놔라! 상관할 일은 아닌 듯싶지만 그래도 남편과 화해를 먼저 해 보심이."
"나 그냥 갈게요."
"?"
"당신, 너무 도덕군자인 척~ 싫어."
"^^;"
"남자들. 여자만 보면 군침 삼키면서 겉으론 아닌 척. 싫어."
"ㅎ..ㅎ.. ^^; 어떻게 사람이 다 기분 내키는 대로 본능에 충실하게 살아요."
"흥. 이중인격체들."
"에구~ 뭐 별달리 변명할 말이 떠오르지 않네. 쩝"
"님은 앤 없이 아내로 만족하며 사나 보죠?"
약간은 비꼬는 듯한 그녀의 말에 딱히 대답하기 그렇다.
나도 남잔데. 뭐, 나라고 항상 이성적인 건 아닌데. 어이구 할 말 없다.
"반성 할게요.;"
"뭘?"
"이중인격이라며? 도덕군자인 척한다며?"
"님은 애인 필요 없어요?
그녀가 묻는다. 뭐라고 대답할까나.
"나 그거 생각날 땐 힘들어요."
"?"
"섹...스..."
"그렇겠네. 남편하고 말도 하지 않고 지낸다니."
"남편은 밖에서 해결하고 들어오는 것 같아."
"?"
"가끔 술 먹고 새벽에 들어오기도 하고. 남자들은 그럴 기회가 많잖아요?"
"그럴 수도 있겠네."
"신혼 땐 몰랐는데 나도 나이 먹고 나니깐 남자의 살냄새가 그리울 때가 있어요."
"이해해요. 섹스는 남자만 즐기는 건 아닐 테니 뭐, 남자나 여자나 다 같은 사람이니."
"맞아, 근데 여자들은 남편 말곤 남자를 만날 기회가 적으니깐."
"그렇다고 이렇게 채팅하면서 아무 남자나 만나자는 건...좀 위험한 생각 같은데..."
"것도 알고... 근데 너무 외로우니까."
"부디 탐색전 잘해서 뒤탈 없는 늑대 찾으세요.^^;"
"휴~"
"?"
"좀 두렵긴 해요."
"나도 남자로서 얘긴데, 남자들 조심해야 해요. 잘 못 하면 큰일 나요.^^;"
"알아요"
"..."
"님은 괜찮은 남자 같은데..."
"어이구. 천만의 말씀... 저도 똑같은 늑대무리 중 하나올시다."
"그럼 그냥 친구가 돼줘요."
"저 별 볼 일 없는 놈입니다. 재미도 업고, 가진 것도 없고, 인간성이 괜찮은 것도 아니고."
"그냥 이렇게 대화할 수 있는 친구 해요^^"
"그 정도야 뭐, 가능하긴 한데..."
"그 이상은 안 된다?"
"하하하...그게 아니고 시간이 넉넉해야 이야기 친구라도 할 수 있죠."
"바쁜가 봐요?"
"아뇨, 요즘 너무 한가해요. 반백수 신세가 되어서... ㅡㅡ;
"반백수?"
"네. 요즘 일이 잘 안돼 거의 백수처럼 지내고 있죠."
"경기 풀리면 좋아지겠죠. 힘내세요."
"네. 당연히 힘내야죠. 님도 기운 내세요. 노력하다 보면 좋은 일 있을 겁니다."
"남자 찾는 노력?"
"아하하하~ ^^;"
" ^^ "
마지못해 하는 백수 생활이지만. ㅋ
그래도 낮에 한가롭다는 게 이런 거라는 것을 실컷 음미하며 지내는데, 그것도 썩 나쁘진 않더구먼.
월요일 아침부터 또다시 백수 아닌 백수가 된 난 멍하니 먼 산만 바라보다 오래간만에 다시 세이에 접속해 음악 방을 만들고 커피 한 잔을 타 책상 앞에 앉았다.
잠시 후, 날아든 쪽지...
"비공개 전환해요"
먼저 대화를 나눴던 그녀였다.
"잘 지냈어요? 남편하곤 화해했고...?"
"아니, 맨날 똑같아..."
"저런...뭐라 위로를 해야 하나?"
"술 한 잔 사줘요."
그녀가 느닷없이 술을 마시자 한다.
"어이쿠...어쩐다... 실은 내가 술을 싫어해서... ㅜ.ㅜ"
"..."
"대신 커피는 한잔 같이할 수 있는데.^^;"
"나 많이 외로워요, 그래서 아무나 만나고 싶은가 봐..."
"이럴 땐 저도 외로워요. 이렇게 맞장구쳐야 하는 건가?"
"ㅡㅡ"
"미안, 마땅히 할 말이 떠오르질 않아서... 기분 상했다면 미안해요."
"^^"
"남편 출근했어요?"
"응. 아침에 얼굴도 안 마주치고 나가버렸어."
"참, 큰일이네."
"큰일은 무슨. 맨날 그래서 이젠 그러는가 보다 하는데"
"그렇군요."
오늘 바쁘냐 그녀가 묻는다.
난 역시 오늘도 한가해 이렇게 쳇질(?)이나 하고 앉았노라 말했다.
한참 말이 없던 그녀가 내게 물었다.
"먼저 전화번호 물어봤는데 안 가르쳐주네. 내가 부담되어요?"
"아...하..하... 그게 아니고 지나가는 말로 그냥 물어본 건지 알았지 뭐..."
"내 전화번호는 불안해서 그래요. 그쪽 전화번호 알려줘요."
순간 아,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았어요. 내 전화번호 xxx-xxx-xxxx에요."
"잠시만..."
"?"
"적어두려고."
"!"
오늘 몹시 지치고 피곤한 하루라고 그녀가 말했다.
"기운을 내요. 쉽게 포기하지 말고..."
"꼭 성인군자처럼 말하는군요."
"아니 그냥 기운을 내시라고...^^;"
"..."
뚫어지게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데 책상 위의 핸드폰이 드르륵드르륵 몸부림을 친다.
핸드폰을 집어 들고 액정을 확인하니 발신 표시 제한 이란 글자가 떠 있다. 누굴까?
"여보세요."
"..."
"여보세요?"
"..."
"말씀하세요."
"..."
누군가 장난 전화를 하였나보다 생각하고 통화를 끝내려 하는데 나지막이 "저기요." 하는 소리가 들린다.
"네. 말씀하세요."
"안녕하세요."
조금 떨림이 있는 목소리...
"누구신지...?"
"지금 대화하고 있는 여자예요..."
"아. 말씀이 없으시길래 누가 장난 전화 한 줄 알았어요."
"..."
잠시간의 어색한 침묵.
"저기요..."
그녀가 먼저 말을 꺼낸다.
"이렇게 전화해서 혹시 절 이상한 여자라 생각하는 건 아니죠?"
그녀의 물음에 난 어색한 웃음으로 답했다.
"그냥 이야기라도 나누고 싶었어요."
"그래요. 저도 반가워요. ^^"
또다시 어색한 침묵.
몇 마디를 더 주고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잠시의 통화를 끝내고 다시 우린 대화창을 통해 대화를 주고받았다. 결혼생활의 어려움, 육아 문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까지.^^;
얼핏 한 시간여 대화를 나눴던 것 같다.
"오늘 만나서 얘기 상대가 되어 줄 수 없어요?"
그녀의 질문에 쉽게 대답하질 못했다.
"부담스러우세요?"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럼 저하고 시간 좀 보내줘요. 사는 게 너무 따분해."
그러겠다고 대답은 했지만 좀 망설여지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약속 장소와 시간을 정하고 채팅창을 닫았다.
조금 긴장된 마음을 커다란 심호흡으로 안정시키고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아직 그녀가 오려면 10여 분은 족히 남은 시간인가 보다.
창밖으로 지나는 차들을 바라보며 과연 그 여자는 어떤 여인네일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수만은 형태의 얼굴들이 내 머릿속을 지나고 은근한 기대가 담배 한 개비를 집어 들게 한다. 풋, 지금 내 모습이란.
담배 두 개비가 다 태워 없어질 즈음에 카페 문을 열고 한 여자가 들어온다.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검은색 스커트와 조명에 반사되어 하얗게 보이는 블라우스의 그녀는 잠시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다
핸드백에서 핸드폰을 꺼내어 번호를 누른다. 테이블 위에 부르르 몸서리치는 내 핸드폰.
참 순해 보이는 얼굴이다. 짧은 인사. 그리고 어색한 미소...아마 나도 그녀처럼 긴장한 얼굴일 테지...
짤막한 대화가 드문드문 이어졌고 종업원이 내어온 시원한 맥주를 마셨다.
차갑게 냉장이 잘 된 맥주는 한껏 달아오른 내 얼굴의 열기를 한꺼번에 식혀주는 듯했고 조금 여유가 생긴 난 이것저것 그녀에게 물었다.
짧게 이어지는 대답들. 그리고 이어지는 그녀의 침묵...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난 두어 잔의 맥주를 더 마셨고 그녀의 두 병 정도를 마셨던 것 같다.
"우리 노래방 가요."
그녀의 제의에 마침 자리가 불편하고 어색했던 난 그러자 했다.
일어나 카운터 앞으로 가는데 그녀가 재빨리 먼저 돈을 낸다. 뚱한 내 표정을 살피며 "고마워서…."라고 말을 흐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건물 밖을 나설 땐 벌써 하늘에 붉은 노을이 번졌다.
"좀 있으면 남편 퇴근할 텐데?"
"그 사람 늦게 들어와요. 그리고 굳이 얼굴 보려고 날 찾지도 않고"
씁쓸한 표정인 그녀가 말했다.
노래방으로 자릴 옮긴 우린 한 시간을 예약하고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썩 노래엔 소질이 없던 난 우선 그녀에게 한 곡 하길 권했고 그녀 또한 극구 먼저 노래하길 사양하며 내게 먼저 할 것을 권했다.
[그래, 어색한 것 보단 그게 낫겠다]
싶은 난 조용한 노래를 한 곡 골라 불렀다.
"잘 부르네요."
"민망하네요. OO 씨도 한 곡해요."
"저 노래 잘하지 못하는데..."
"얼른 해요. 남의 노래 공짜로 듣는 법이 어딨어요?"
내 거듭된 권유에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노래 한 곡을 불렀다.
내가 한 곡 더 부르고 그녀가 다시 한 곡 부르고... 그렇게 두어 곡을 부르고 나서 어색한 분위기를 걷어내려 농담을 건넸다.
"노래 부르는 입술이 참 이쁘네요."
그녀가 내 눈을 바라보며 말한다.
"오늘 나 안아줄래요?"
느닷없는 그녀의 물음에 순간 목을 넘어가던 음료수가 사레들고 말았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어떤 움직임도 보일 수 없었다.
"나 안아줘요."
"..."
"헤픈 여자라 욕하지 말아요."
"..."
그녀가 일어나 핸드백을 들고 내 손을 잡아끌었다.
"아무 말 말아요."
고개를 살짝 들고 내 눈을 올려다보며 그녀가 그렇게 말한다.
내가 지금 이 여인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노래방을 나와 조금 걸어 모텔을 들어갔다. 대실료를 지불하고 키를 받는 동안 그녀는 고개를 숙인 체 가지런히 모은 발끝만을 바라보고 있다.
객실에 들어간 우린 그 지독한 어색함에 둘 다 쩔쩔맸고 차 탁자에 마주 앉아 한참을 침묵해야만 했다.
긴 시간을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녀가 일어나 욕실에 들어가고 잠시 후 샤워를 하는 듯 물소리가 이어졌다.
한 손에 차곡차곡 접힌 옷가지를 들고 그녀가 욕실을 나왔고 젖은 머리의 그녀가 커다란 타월로 몸을 가린 체 엉거주춤 서 있는 모습을 보며 난 잠시 내 눈을 어디에다 두어야 할지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옷장 안에 옷을 집어넣은 그녀는 침대 시트에 몸을 숨겼고 두 눈을 꼭 감은 체 붉게 상기된 얼굴을 하고 입술을 꼭 다물고 있다.
샤워하면서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물건은 그동안의 나 자신의 사회적인 도덕관념과 이성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하다.
씻고 나와보니 꺼진 조명 아래 짙은 어둠이 한껏 긴장하고 두려워하고 있을 그녀의 모습을 감추고 있다.
침대 한편에 걸터앉은 나는 그녀에게 "후회하지 않겠느냐"고 물었지만, 그녀는 대답이 없다.
찬물을 뒤집어쓴 내 차가운 몸이 시트를 파고들며 그녀의 몸에 닿을 때 그녀는 움찔하는 둣 했고 내 손이 가슴을 향할 때 그녀의 손이 내 손등에 얹힌다.
술을 마신 탓일까. 그녀의 몸이 따듯하다.
그녀의 꼭 다문 입술을 손가락으로 흩으며 뜨거운 뺨에 입을 맞추었다.
작은 떨림. 그녀가 참았던 숨을 내뱉듯 "하~ " 하며 한순간 몸을 경직시킨다.
부드러운 그녀의 입술을 찾아 입맞춤하고 아직 물기 있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본다.
그녀의 가녀린 팔을 따라 내려가 손을 꼭 잡고 열리지 않는 입술을 혀로 부드럽게 만지니 조심스럽게 아주 천천히 열린다.
턱선을 따라 부드럽게 입을 맞추고 귓속에 뜨거운 입김을 불어 넣자 그녀의 입에선 낮은, 잔뜩 참는 듯한 아쭈 짧은 헛바람 빠지는 신음이 흘러나온다.
어깨선을 따라 그녀의 손가락 끝까지 흩어 내린다.
부드럽게 손등으로 그녀의 가슴 융기를 쓸어올리자 유두가 단단해지고 그녀는 고개를 외로 돌린 체 입으로 자신의 오른손등을 문다.
"OO 씨, 참지 말아요."
약간 갈라진 듯 낮은 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하~아, 나 너무 부끄러워요."
눈을 꼭 감은 체 그녀의 입술은 그렇게 부끄러움을 표한다.
입술 사이로 보이는 치아가 어둠 속에서도 하얗게 드러나며 또 한 번의 뜨거운 키스를 불러일으킨다.
그녀의 타액을 모두 마셔버릴 듯 빨아드리며 가슴의 융기를 거칠게 잡았다.
그녀는 몸을 한껏 긴장시키며 혀를 나에게 맡긴 채 내 뺨을 두 손으로 감싼다.
뜨겁다. 그녀의 몸이 무섭도록 뜨겁다.
내 손이 그녀의 적당히 살집 잡힌 허리를 지나쳐 허벅지를 어루만질 땐 내 어깨를 움켜잡은 채 달뜬 소리를 낸다.
"나 욕하지 말아요. 나 천한 계집이라고 욕하지 말아요."
내 입술은 이제 그녀의 달짝지근한 혀로 만족하지 못하는 듯 그녀의 목선을 따라 천천히 내려와 오뚝 솟은 유두를 문다.
"허..억"
그녀는 달뜬 신음과 함께 내 머리를 가슴에 가두려는 듯 두 손으로 내리누른다.
흑...
짧은 신음소리와 함께 치켜든 그녀의 턱...
솜털 하나하나가 긴장한 듯 일어선 그녀의 몸은 작은 꿈틀거림으로 느낌을 내게 말해주는 듯하다.
한껏 융기한 두 가슴 사이 계곡을 따라 천천히 내 입술은 황홀하고 찬란한 쾌락의 여행을 시작한다.
한 손으로 그녀의 가슴을 둥글게 원을 그리듯 만지며 내 입술은 그녀의 배꼽 그 깊은 곳을 파고들며 나머지 한 손은 엉덩이를 스쳐 지나가 탄력 있는 허벅지를 흩는다.
꿈틀대는 육체는 무언가를 갈망하는 듯 잔떨림을 보이고 약간의 살이 붙은 그녀의 복부가 크게 파도를 탄다.
거칠어져 가는 그녀의 숨소리, 열기가 피어오르듯 점점 타들어 가는 그녀의 몸뚱이...
주체할 수 없는 느낌인가. 그녀가 두 허벅지에 힘을 주었다 풀었다 하며 깊은숨을 내쉰다.
끝없는 여행길에 나선 내 입술은 그녀의 배꼽을 거쳐 점점 밑으로 향한다.
팽팽해지는 그녀의 히프...살짝 벌어지는 듯 작은 움직임을 보이는 허벅지를 지나쳐 그녀의 무릎을 이로 살짝 깨물었을 때 그녀의 몸은 생선이 살아있음을 알리기 위해 퍼덕거리듯 출렁거린다.
" 아, 거기...거기...흑"
부드럽게 때론 강하게 그녀의 무릎을 깨물 때마다 꿈틀대는 몸은 모든 것을 태우려는 듯 뜨거운 열기를 더하고 발가락을 깨물 땐 그녀의 몸이 좌우로 한껏 요동친다.
손끝으로 그녀의 다리 선을 따라 천천히 산을 오르듯 오른다.
종아리를 스쳐 무릎과 허벅지를 지나 그녀의 부드럽게 곱슬곱슬한 수풀을 향한 여행은 거침이 없고 그녀의 한숨 섞인 신음은 어두운 방 안에 끝없는 메아리를 만든다.
따듯한 물기를 먹음은 그녀의 샘은 이미 넘치는 물줄기를 주체할 수 없는 듯 밖으로 넘쳐흐르고 난 그 흐르는 물을 모두 입속에 담아두려는 듯 그녀의 샘을 판다.
" 하지 마요...하.."
집요하게 그녀의 몸을 탐한다.
더 이상 타버릴 게 없는 한 줌 재가 돼버리라는 듯 난 끊임없이 그녀의 샘을 파고 또 판다.
그녀의 도리질... 억제된 듯 짧게 이어지는 신음소리...
"제발. 이제 해 줘요."
내 머리를 잡은 그녀의 손이 날 끌어올린다.
내 입술은 아직 그녀의 몸에 대한 미련이 남은 듯 긴 습기를 남기며 그녀라는 산을 다시 오른다.
또다시 흔들리듯 파도치듯 그녀의 몸은 그렇게 반응하고 그녀의 다리 사이에 자리 잡은 난 천천히 그녀의 가장 은밀한 그곳에 한껏 발기해 있는 내 물건을 천천히 내려 앉힌다.
가둬두려는가 그녀의 호수가 천천히 열리고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곳을 향한 내 남자는 차마 머뭇거리며 찰랑거리는 물속에 온몸을 맡기길 늦춘다.
" 넣어줘요..."
꼭 감은 눈의 그녀가 내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귓가에 뜨거운 입김을 불어 넣는다.
"참을 수 없어요... 이젠..."
어둠인 것 같다. 그녀에게 용기를 준 건 그 지독한 어둠이었던 것 같다.
한순간 그녀의 허리가 튀어 오르듯 올라오고 따듯한 물기에 취한 내 남자는 미처 어쩌지 못하고 그만 호수에 몸을 깊이 담근다.
그녀가 나를 받아들인 체 온몸을 처음부터 그랬었다는 듯 한 치의 틈도 없이 끌어안는다.
뜨거운 열기 꽉 죄는 그녀의 팔...
움직임 없는 그녀와 나의 몸은 뻐근한 그곳의 느낌을 놓쳐버릴까 쉽게 움직이질 못한다.
내 입술을 파고드는 그녀의 혀...
맛있는 사탕을 아껴먹으려는 꼬마처럼 난 그녀의 혀를 조금씩 아주 조금씩 빨아드린다.
그녀의 몸이 긴장을 푸는 듯 작은 움직임을 보이고 나 또한 그녀의 호수를 천천히 음미하듯 탐하기 시작한다.
깊이 좀 더 깊이 그 끝을 가늠해보려는 듯 내 남성이 그녀의 샘을 파고들며 그녀의 부드러운 혀를 빨았다.
"흑.."
천천히 그녀의 몸을 빠져나왔다 다시 한번 파고든다.
"아..."
달뜬 그녀의 신음성은 내 이성을 마비시키고 달콤한 그녀의 혀가 내 입안에서 춤을 출 때 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허리의 움직임을 빠르게 가져간다.
내 몸이 오를 땐 그녀의 몸이 가라앉고 내 몸이 다시 내려갈 땐 그녀의 몸이 다시 나를 향해 오른다.
가파른 산을 오르듯 숨이 차오른다.
기차가 아주 긴 어둠의 터널을 들어선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도 그 갈 길을 아는 듯 열차는 그렇게 속력을 늦출 줄 모르고 달려 나간다.
뜨겁게 타오르는 산...
궤도를 타고 끝없이 달리는 어둠 속의 기차...
한 방울 내 이마의 땀이 그녀의 얼굴로 떨어지고 그녀의 살짝 벌어진 입에선 달뜬 신음과 함께 달착지근한 향기가 난다.
꿈틀거리는 그녀의 육체가 끝없는 움직임을 재촉하고 점점 터널의 끝을 빠져나가는 기차는 거친 숨소리를 내며 달려간다.
"윽"
깊은 어둠을 벗어난 기차는 갑자기 밝아오는 그 햇빛에 그만 아찔한 현기증을 일으킨다.
온몸을 경직시키고 그녀의 몸을 끌어안는다.
그녀의 두 다리가 내 다리를 휘감아 죄며 등에 돌린 팔에 힘을 준다.
내 귓가에 그녀의 뜨거움에 취한 입김이 느껴진다.
흩어진 그녀의 머리를 쓸어주며 열꽃이 핀 그녀의 얼굴에 입을 맞춘다.
땀이 밴 그녀의 이마와 뜨거운 볼에 입을 맞추자 그녀의 턱이 들리며 내 입을 찾는다.
깊은 입맞춤...
어둠을 걷어내려 미등을 켰다.
격정의 시간이 지나고 그녀는 흔들리는 표정으로 내게 묻는다.
"나 한심해 보여요?"
"왜?"
"처음 만난 사람과 이렇게 잠을 자잖아요."
"그런 말 하지 맙시다. 그렇게 따지자면 나도 똑같은 입장이니."
"좋았어요."
"나도 좋았어요. 당신 몸이 따듯하고 포근해..."
"오래간만이에요...남편과 사이가 나빠진 뒤론 이렇게 잠자리를 같이 해본 적이 없어요."
"정말 그렇게 관계가 나빠졌나 보군."
"응..."
"남편이 미워 복수심에 이러는 건가?"
"..."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거야."
"아니, 나 많이 외로웠었어요. 너무나..."
"그래요, 어쭙잖은 말인 건 알지만 내가 위로가 됐으면 좋겠어요."
"..."
난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살며시 손을 잡았다.
땀에 젖어 얼굴에 붙은 몇 가닥의 머리카락을 넘겨주며 그녀의 입술에 살며시 입을 맞추었다.
아직 미처 식지 않은 그녀의 열기가 내 입술에 느껴진다.
부드럽게 그녀의 입술에 혀로 자극을 주니 살며시 그녀의 혀가 마중을 나온다.
도드라진 그녀의 유두를 살며시 손가락으로 비비듯 만지자 그녀가 또다시 뜨거운 숨결을 내뱉는다.
"아... 거기요... 거기..."
"가슴을 만지면 좋은가요?"
"응."
"또 하긴 힘들 텐데."
기운 빠진 내 남자를 의식하며 그리 말을 하니 그녀가 괜찮다고. 그냥 만져달라고 그렇게 말한다.
약한 미등 불빛에 보이는 그녀의 얼굴, 약간 찡그린 듯한 그녀의 얼굴이 고혹적이다.
내 입술은 그녀의 두 속눈썹을 부드럽게 스치고 다시 코끝을 지나 입을 거쳐 귀를 향한다.
꿈틀대는 그녀의 몸, 뜨겁게 내뱉는 그녀의 숨결. 나 또한 뜨거운 숨결을 그녀의 귓속 깊은 곳에 불어넣는다.
그녀는 참을 수 없는 듯 고개를 옆으로 틀며 달뜬 신음을 흘린다.
가슴에 얹혀있는 내 손등 위로 그녀의 손이 살며시 내려앉는다. 그리곤 곧이어 내 손을 밑으로 밀어낸다.
시트 밑으로 느껴지는 그녀의 끈적이는 몸이 다시금 불붙듯 뜨겁게 타오른다.
곱슬곱슬한 그녀의 둔덕 아래 습기 가득한 그곳을 그녀가 스스로 인도한다.
여전히 물기를 듬뿍 머금은 그녀의 호수에 도착하니 그녀의 중지가 내 손 중지를 힘주어 누른다.
난 그녀의 유두를 이로 살살 깨물듯 애무하며 중지를 조심스레 호수 깊은 곳으로 집어넣었다.
"흐...윽"
단말마의 신음과 함께 그녀의 가슴이 크게 솟아오른다.
"아. 좋아요. 깊게, 좀 더 깊게. 나 욕하지 마요. 나쁜 여자라 욕하지 마요."
그녀는 마음속 깊은 곳에 아직 벗어버리지 못한 도덕적 관념이 갈등을 일으키는 모양이다.
"아니, 욕하지 않아. 절대로..."
그녀의 손이 내 배의 굴곡을 따라 밑으로 향한다.
축축이 땀이 배어있는 그녀의 손이 힘없이 늘어져 있는 내 남자를 힘을 주어 잡아간다.
"윽..."
그녀의 손이 내 남자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듯 새로운 자극이 찾아든다.
내 손은 이미 그녀의 물기로 인해 끈끈함이 더해가고 난 커다란 갈증을 참지 못해 그녀의 깊은 호수에 입을 가져갔다.
마셔도 마셔도 마르지 않을 그 샘을 난 파고 또 팠다.
퍼덕이듯 튕겨 오르는 그녀의 허리를 두 손으로 내리누르며 그녀를 마신다.
다디단 그녀의 샘물은 끝없이 넘쳐나며 한껏 힘이 들어간 그녀의 허벅지가 내 등을 휘감는다.
"와요...나...아...와요..."
끊어지듯 이어져 나오는 그녀의 신음이 나를 더욱 채찍질한다.
계절이 두 번 바뀌고 쌀쌀한 바람이 살갗을 파고들던 초겨울 그녀는 어딘가 모르게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당신, 무슨 고민하고 있어?"
"아뇨."
"얼굴이 많이 어두워 보여, 뭔가 고민이 있는 얼굴인데...?"
"우리 다른 이야기 해요."
"그럽시다."
어두운 그녀의 얼굴이 왠지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닷바람이 제법 찬 인적 끊긴 백사장을 천천히 걸으며 그녀의 손을 잡고 내 점퍼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찬 날씨에 얼어버린 그녀의 손이 내 손안에서 차츰 따듯한 기운을 되찾아간다.
말없이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그녀는 발밑에 부드럽게 깔린 모래를 쳐다보며 걷고 있다.
"바람이 차요"
"응, 좀 쌀쌀하네."
"우리 들어가요"
내 눈을 그녀가 들여다보며 주머니 속에 얽혀있는 손을 힘주어 잡았다.
유난히 뜨거운 그녀의 몸과 미친 듯이 격렬하게 움직이는 혀는 뭔가를 끊임없이 갈구하고 있는 듯했다.
한차례의 격정의 시간이 지나고 그녀는 내 품에 안겨 쓸쓸한 눈망울을 한 채 나를 본다.
그 눈 속에 내 얼굴을 담아두려는 듯...
"무슨 일 있는 거 맞지?"
"..."
"내게 할 말이 있는 것 같아. 뭔지 말해봐요."
"아니 할 말 없어요. 나 지금 너무 행복해."
그녀의 말끝이 흐려짐을 느끼며 왠지 모를 허전함이 가슴에 차오름을 느꼈다.
"그랬던 거였구나!"
"..."
독백처럼 내뱉는 나의 말과 침묵과 함께 눈으로 말하는 그녀...
어지러이 흐트러진 침대 시트마냥 흐트러져버리는 마음을 추스르려 난 담배를 한 개비 입에 물었다.
"담배 줄여요. 몸에 해로워..."
"응, 끊어야지."
"담배도 줄이고, 몸 생각 하면서 일해요. 힘들 때란 건 알지만, 건강해야 해요."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끈 후 난 그녀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아 살며시 당겼다.
얽히는 혀의 유희가 다시 시작되고 그녀의 뜨거운 숨결이 다시 내 귓가에 내려앉는다.
그녀의 입술과 유방 그리고 흠뻑 젖은 깊은 호수까지 난 내 기억에 담으려 열심히 탐닉했다.
뜨겁게 달아오른 그녀의 몸은 더 이상 인내하지 못하며 깊고 긴 신음과 함께 절정을 향한다.
두 번 다시 줄 수 없는 그 열정적인 몸짓을 그녀에게 선사하리라 생각하며 내 손과 입술은 끊임없는 여체의 굴곡을 따라 여행한다.
오늘이 가고 나면 이제 그녀의 습기 차고 뜨겁게 달아오르는 이 호수는 없으리라.
귓가에 쏟아내던 이 달콤하고 따듯한 숨결이 이 시간이 가고 나면 이젠 기억으로만 남으리라.
해가 떨어지고 바람이 더욱 차가워진 저녁거리에 우리는 마주 선체 마땅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떻게 작별 인사를 해야 할지 몰랐다.
말없이 두 손에 꼭 쥔 그녀의 손은 여전히 따듯한 온기를 전하며 마지막이라고, 다시는 이 느낌을 함께 할 수 없을 거라고 그렇게 말하듯 작은 움직임을 보인다.
택시에 그녀를 태워 보내고 차에 오른 난 그녀의 뒷모습만 되풀이해 떠올린다.
일주일이란 시간이 흐르고 일상은 아무 일 없다는 듯 그렇게 평온하게 흐르며 구름 사이에 잠깐 얼굴을 드러낸 해가 다시 막 구름 속에 모습을 감출 때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고 그녀는 작별을 고했다.
다시 노력해보겠노라고.
아무 말 없이 그동안 정성스레 날 안아줘서 고마웠노라고.
내 건강을 걱정해주며 또, 내 기분 상함을 걱정하는 그녀에게 괜찮다고, 난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