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뱀의 교미(봄,발정) -하편

소라바다 257 10.24 14:14
그날 가화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집을 나왔다. 이후로 한동안 가화는 집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친구 집을 전전하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집으로 슬쩍 돌아갔다. 그래도 불안해서 방학 내내 가화는 본가에서 지내는 걸 선택했다.

 

방학이 끝나고 다음 학기가 개강하면서 학교 근처로 돌아와야 했기에 마음에 들었었던 원래의 자취방을 처분하고 새로운 곳을 찾아야 했다. 급하게 이사를 한 터라 개학하고도 내내 바빠 신경이 날카로워진 상태였다.

 

“선배님 이번 환영회는 어디서 해요?”

 

피곤해서 가화에게 질문을 하는 후배의 목소리에도 짜증이 일었지만 최대한 인상을 찌푸리지 않고 대답해 주었다.

 

“7시 정문 앞 술집에서.”

 

“에이-. 또 거기예요?”

 

“시끄러워. 후배님이 기획해서 준비할 거 아니면.”

 

기어코 쫑알거리는 목소리가 짜증이 나 험한 말이 나가고 말았지만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예민하게 굴고 싶지 않지만 가화의 좋은 청력은 온갖 소음을 전부 잡아내서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도 후배는 내내 옆에서 종알댔다.

 

“후배님. 닥치고 꺼져 줄래요? 나 바쁘니까.”

 

봄은 좋은 일이라고는 잘 없는 날이었다. 그렇다고 썩 다른 계절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특히 봄은 토끼 수인인 가화의 발정기의 계절이었다. 그러다 보니 냄새에도 예민해졌고 몸도 예민해져서 피로도 빨리 쌓였다.

 

쌓인 성욕을 아무리 혼자 풀어도 해소되지 않았다. 그날의 섹스는 버겁고 한계까지 몰아붙여졌지만 만족스러운 잠자리긴 했다. 충분히 해소되지 않는 성욕에 가화는 점점 더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대가리에 근육밖에 없는 후배 놈이 칭얼거리는 것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수업이 전부 끝난 후 약속된 시간보다는 조금 늦게 술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벌써 부어라 마셔라 한 지 꽤 됐는지 시끌시끌했다. 가화를 알아보는 이들과 짧게 인사를 나누고 적당히 애들이 문제 일으키기 전에 막아 줄 책임감이 있는 후배에게 다가갔다.

 

“선배! 늦었네요!”

 

“응. 일이 좀 있었어. 너 많이 마실 거야?”

 

“에이, 내일 수업인데 적당히 마셔야죠.”

 

“자. 그럼 네가 책임지고 계산하고 자리 정리해. 난 집에 가야겠으니까.”

 

“에? 벌써요? 같이 마셔요! 선배.”

 

인상을 잔뜩 찌푸린 가화가 고개를 저었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온갖 냄새가 섞인 술집에 오래 있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다. 딱히 더 붙잡지 않는 후배에게서 멀어져 가게를 나와 지상으로 올라왔다.

 

지난 겨울 방학에 잊지 못할 밤을 보냈던 남자가 가게에 있었다. 가화는 어떤 생각이나 판단이 있기도 전에 몸부터 돌렸다. 혹시라도 저를 볼까 봐 다급히, 하지만 너무 티 나지 않도록 걸음을 옮겼다. 따라오는지 확인하려 고개를 돌리면 진짜 들킬 것 같은 불안감에 걸음만 조금씩 빨리했다.

 

좁고 처음 보는 골목길로 들어온 가화는 귀에 아무런 발소리도 들리지 않자 그제야 주변을 살폈다. 그 남자를 보는 순간 그날의 강렬한 감각이 다시 떠오르니 당황스럽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우선 도망쳤는데 생각해 보니 도망쳐야 하는 건 상대였지 자신이 아니었다.

 

같은 학교 학생인가. 가화는 불안해져 발을 탁탁 굴렀다. 넓은 교정에서 같은 과 학생을 일부러 찾으려 해도 만나기 어려운데 딱 한 번 본 사람을 다시 마주친다는 건 아주 낮은 확률이었다. 그걸 알면서도 불안했다.

 

“하아…. 없겠지?”

 

어두운 골목길에 지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가화는 최대한 조심히 그곳을 빠져나갔다. 아무도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집에 완전히 들어가고 나서야 가화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차라리 휴학할까 고민도 했지만 가화의 아래로 많은 동생이 있었다. 천천히 진로를 고민하고 직업을 선택할 수 있을 만큼 넉넉한 가정형편이 아니었다. 그러니 가화는 최대한 이번 학기는 조용히 지내자고 다짐했다.

 

다행히 쫓아오지 않는 것을 보니 그날은 서로 그저 흥분에 이끌려 친 사고로 넘길 수 있을 것 같았다.

 

 

 

***

 

 

내내 찾아다니던 것의 냄새가 확 풍겨 수려가 고개를 돌렸다. 유난히 뱀의 유전을 강하게 물려받은 수려는 선천적으로 시력이 좋지 않았다. 게다가 청각도 어두운 편이라 도망 다니는 것을 쫓는 능력은 좋다고 할 수 없었다. 뛰어난 후각은 복잡한 도심에서 누군가를 찾기에 좋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왜 그래? 뭐 있어?”

 

“…아니. 가자.”

 

진짜 제가 찾던 것이라도 지금은 이미 늦었을 게 분명했다. 휑하니 그를 남겨 두고 떠난 집에서 수려는 최대한 상대의 정보를 수집했다. 다니는 학교와 과, 학년까지 전부 알고 있으니 어차피 당장 잡기도 힘든데 추적하는 건 바보 같은 행동이었다. 사냥감이 방심할 수 있게 두는 것도 때로는 필요했다.

 

그날 밤만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잡아 제 영역 안에 가둬 두고 싶지만 때로는 완벽하게 원하는 것을 가지기 위해서는 인내가 필요한 법이었다.

 

혹시나 다시 찾아올까 봐 집까지 처분하고 방학 내내 돌아오지 않는 예민한 성정을 가진 상대는 쉽게 방심하지 않을 게 분명했다. 억지로 잡아채서 다시 범한들 절대 지속적인 관계가 될 수 없음을 수려도 잘 알았다.

 

안타까운 건 계절은 가화의 편이 아니라 수려의 편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날 집에서 알아낸 가화가 토끼 수인이라는 사실은 사냥감을 잡을 준비에 큰 도움이 됐다. 토끼 수인은 예민하고 청력도 시력도 좋았다.

 

게다가 다리도 빠르니 뱀 수인인 수려 입장에서는 마음먹고 도망치려는 상대를 잡긴 현실적으로 어려운 지점이 있었다. 그런 사냥감을 잡기 위해서는 세심한 전력이 필요했다.

 

수려는 그런 인내와 기다림은 얼마든지 잘 할 수 있었다.

 

수려는 함부로 가화의 생활 범위 안에 접근하지 않았다. 이미 새로 구한 집도, 어떻게 통학을 하는지도 다 알고 있었으나 가화의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가화가 완전히 안도하고 마음이 풀어지는 때까지 기다렸다.

 

2주 정도 지나자 가화가 점점 마음이 풀어진 게 보였다. 그날부터 수려는 가화가 타는 지하철에 탔다. 말을 걸지도 가까이 다가가지도 않았지만 꼭 같은 칸에 탔다.

 

 

 

***

 

 

개학 이후, 가화는 몇 주 동안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는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자 안도했다. 그날의 쾌락이 잊히지 않아 손장난을 하거나 너무 몸이 뜨거우면 혼자 손가락으로 뒤를 쑤셔 보는 등 수음을 해 봤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전혀 만족되지 않았다. 평소라면 이 정도에도 사정하고 늘어져 쉬곤 했는데 풀리지 못한 성욕이 쌓이니 몸이 점점 예민해져 갔다.

 

겨우 얻은 마음의 평온과 달리 육체적인 음욕 섞인 생각들이 일상에 자꾸 침범해서 괴로웠다. 그래도 아무나와 잠자리를 보낼 용기 같은 건 없어서 시도도 하지 못하고 혼자 끙끙 앓았다. 하필 토끼 수인의 발정기인 봄이라 더더욱 힘에 부쳤다.

 

특히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기 어려운 공간에서는 온통 뒤섞인 냄새가 나 가화를 괴롭혔다. 발정기는 그저 육체적인 흥분이 쉽게 일어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청각, 후각, 촉각과 같은 감각들이 예민해져 일상에 지장이 있을 만큼 불편을 초래한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지하철에 섞인 다양한 향수 냄새와 사람들의 땀 냄새가 가화를 숨 막히게 했다. 당장 지하철에서 내려서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은데 도저히 방법이라고는 없었다.

 

“흡.”

 

지하철에서 상대를 유혹하는 페로몬 냄새가 풍겼다. 밀폐된 공간이라 가화가 피할 곳은 없었다. 어떻게든 숨을 참아 봐도 집에 도착하려면 한참은 더 가야 했다. 달짝지근하기만 한 냄새가 아니라 폭력적일 정도로 강하고 진득한 냄새에 가화의 몸이 조금씩 반응을 보였다.

 

아무리 코를 막고 숨을 참아 봐도 한계가 있었고 조금씩 몰아 쉴 때마다 그 페로몬은 안으로 흡수되어 갔다. 아직 집에 도착하려면 역을 5개는 더 지나야 하는데 아랫배가 뜨거워지고 조금씩 딱딱해지는 게 느껴졌다.

 

너무 당황한 가화는 당장 지하철에서 내려야겠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성냥갑 속 성냥처럼 지하철 칸에 갇힌 가화는 힘이 빠진 몸으로 사람들을 해치고 내리려 시도했으나 쉽지 않았다.

 

“잠, 잠깐-!”

 

가화가 지하철에서 내리기 전에 문이 닫혔다. 조금 앞으로 오긴 했지만 내리기엔 실패한 가화는 혹시 사람들이 제 상태를 알아챌까 봐 가화의 몸만 한 가방으로 최대한 앞섶을 가렸다.

 

“하아…. 윽.”

 

수려는 놓치지 않고 가화의 근처에서 맴돌았다. 몇 번이고 정액을 아래로 받아먹게 한 게 상당히 효과가 좋았다. 뱀의 페로몬에 흥분한 가화를 찾는 건 아주 쉬웠다. 애초에 지하철에 수인이 가화만 있지 않을 텐데 가화만 반응을 보이는 건 그날 밤에 정액을 잔뜩 먹여 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수려는 가화가 이 공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며 가화를 쫓았다. 수려는 다음 역에 도착하고 사람들 사이에 섞여 내리는 가화를 따라 내렸다. 부푼 앞섶이 불편한지 어색한 걸음으로 화장실에 들어가는 가화를 지켜보며 수려 역시 화장실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흣. 아아. 왜…, 갑자기….”

 

가화는 최대한 조심히 바지 버클을 풀고 속옷 속에 갇혀 있던 성기를 꺼내 주었다. 퉁, 성기가 해방되고 가화는 천천히 최대한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게 성기를 쥐고 흔들었다.

 

한 번 맡은 페로몬은 사라질 생각을 하지 않고 계속 코끝을 맴돌았다. 열심히 수음하고 정액을 쥐어짜 내려고 성기를 흔들어도 이상할 정도로 정액은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몸은 자꾸 달아올라서 호흡이 가빠지는데도 해방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흐으. 윽.”

 

당황한 가화는 문을 똑똑 두드리는 소리에 잔뜩 겁을 집어먹었다.

 

“괜찮으세요?”

 

어딘가 들어 본 적 있는 목소리였으나 공포과 당혹감에 휩쓸린 가화는 상대가 누군지 침착하게 생각해 볼 겨를 같은 건 없었다.

 

“아…, 괜, 괜찮아요.”

 

“아까부터 아프신 것 같아서요. 혹시 도움이 필요한 것 아닌가 해서.”

 

“아니, 아니에요.”

 

가화는 최대한 멀쩡한 목소리를 내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떨리는 목소리 탓에 상대가 눈치챌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빨리 멀쩡한 상태로 나가고 싶은데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수려는 아직도 고집부리는 가화에게 억지로 다가가려 하지 않았다. 스스로 아무리 수음을 해도 의미가 없다는 걸 언제쯤 깨닫게 될지 궁금하기도 했다. 수려는 ‘청소 중’ 팻말을 세워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막아 두고 느긋하게 기다리며 페로몬을 계속 뿜어냈다.

 

“흐으, 읏…!”

 

최대한 신음을 참고 참아 봐도 몸은 진정될 것 같지 않았다. 나가지도 못하고 가화가 끙끙 앓고 있는데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정말 괜찮으신 거 맞나요? 걱정돼서 그런데 나오실 때까지 기다릴게요. 아니면 도움이 필요하시면 말해 주세요.”

 

“하아, 아….”

 

가화는 그 말에 대답할 기운이 없을 만큼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흥분을 쏟아 내지 못하고 차곡차곡 쌓아 온 만큼 아주 은은하게 뿜어내는 수려의 페로몬에도 견디질 못하고 끙끙 앓았다. 밖에서 하는 남자의 말이 제대로 들리질 않았다.

 

“흐으…, 어떻, 어떻게….”

 

정신없이 거칠게 호흡하고 있던 가화는 문을 쾅쾅 두드리는 소리에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지금 문을 안 열면 구급대를 부르겠습니다. 정말 괜찮으시다면 확인이라도 하게 해 주시죠.”

 

사람을 더 부르겠다는 남자의 말에 가화가 다급히 고개를 들었다.

 

“안, 안 돼요!”

 

“그게 싫으시면 안전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게 해 주시죠.”

 

더 길게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밖의 남자는 정말 전화를 걸어 사람을 부를 것처럼 굴었다. 여기서 사람을 불러서 발기한 채 바지를 벗고 있는 모습을 들킬 수는 없었다.

 

“아, 알겠, 흣, 알겠어요. 제발….”

 

수려의 재촉에 가화는 결국 문을 열겠다고 답했다. 가화는 잘 들어가지 않는 성기를 속옷 속에 넣고 바지를 껴입었다. 그리고는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문을 열었다.

 

“다, 당신…!”

 

눈앞에 보이는 상대를 확인한 가화는 다시 문을 닫으려 했지만 흥분에 절은 몸은 한 발짝 들어와 버린 수려를 나가게 할 힘이 없었다.

 

“너…, 넌…!”

 

“이런…, 아랫도리 사정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었군요. 힘드셨나 보네요.”

 

“하, 하지, 흣, 하지 마….”

 

“네? 뭘 말씀하시는 건지. 제가 화장실에서 수음하려는 줄 모르고 눈치 없이 문을 두드리긴 했지만 순수하게 아픈 사람이 있는 것 같아 도와주려는 거였을 뿐입니다.”

 

수려가 스스로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개소리였다. 억울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수려는 일부러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이미 흥분한 가화에게 이제 선택지는 없었다. 수려는 느긋하게 굴었다.

 

“괴로워 보이네요.”

 

불룩 솟은 제 아래로 가화도 시선을 내렸다. 노골적으로 훑어 내리는 수려의 시선에 가화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손으로 그곳을 가려도 손등 위로 쏟아지는 시선이 따가울 정도였다.

 

“시, 흣, 시끄러, 으, 워!”

 

“사람들이 더 오기 전에 빨리 해결해야 할 텐데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요.”

 

가화는 아무리 해도 진정되지 않았던 게 수려의 탓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뭘, 흣, 뭘 한 거야. 너 내 몸에!”

 

“네? 전 지금 그쪽의 몸엔 뭔가 하지 않았는데요.”

 

“거, 거짓말, 흣, 그럼 왜, 갑자기 몸이….”

 

“봄은 많은 수인들의 발정기이긴 하죠.”

 

평소의 발정기와 전혀 다른 몸의 반응이 분명한데 그런 말로 어물쩍 넘어가는 상대에 가화는 아니라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걸 따진다고 몸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건 아니었다.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가화는 망설였다. 이대로 화장실에 있을 수는 없었다. 언제 사람이 더 들어올지 모르는 공간에 발정 난 상태로 있다가 들키는 건 절대 사양이었다. 육욕은 가화의 이성을 흐리게 만들었다.

 

“도, 도와, 흣, 줘….”

 

“이건 임시방편이 될 거예요. 진짜 해결하고 싶으면 여기로 찾아와요. 일단 바지랑 팬티 내리고 변기 위에 엎드려 볼래요?”

 

“싫, 싫어-!”

 

“도와 달라고 하셨잖아요. 저 그냥 갈까요? 이대로 발기한 상태로 변태처럼 지하철을 돌아다니려고요?”

 

그건 싫었다. 가화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성기를 만지고 흔들어도 사정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아래에 정말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엄습했다.

 

“그, 건, 흑…, 싫, 싫어…!”

 

“그럼 바지랑 팬티 내리고 변기 위에 엎드려요. 도와주기로 한 사람 말에 싫다고만 하면 어떻게 도와주겠어요.”

 

“흐, 아, 알겠으니까. 흣.”

 

가화는 이런 공중 장소에서 바지를 내리고 다른 사람에게 뒤를 보이게 될 거라는 생각을 해 본 적 없었기에 얼굴이 터질 것처럼 달아올랐다.

 

“빨리 해결해야죠. 사람들 오면 어떻게 해요.”

 

수려는 절대 가화에게 손도 대지 않았다. 적당히 페로몬을 계속 쏟아 내며 가화를 다그쳤다. 가화가 하얀 엉덩이가 잘 보이게 변기 위에 엎드리자 수려는 가화의 두 팔을 당겼다. 그러곤 구멍이 잘 보일 수 있게 두 손을 엉덩이에 대고 가화 스스로 활짝 벌리게 했다.

 

“흣, 아으.”

 

벌어진 구멍이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진짜 필요한 것을 주지 않고 앞만 만져 대니 해결되지 않는 건 당연했다.

 

수려는 최대한 손가락에 페로몬을 집중시킨 채 가화가 먹음직스럽게 스스로 벌린 구멍에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흐으, 읏-! 으아-!”

 

“쉬잇. 밖에 발정 났다고 다 알리려고?”

 

가화는 휘휘 고개를 저었다. 흡, 숨을 참으며 소리를 최대한 참아 봐도 구멍을 벌리고 들어오는 손가락에 엉덩이가 자꾸 들썩였다. 겨우 손가락이 들어온 것임에도 기다려 온 게 이거라는 듯 아랫배가 빠듯하게 손가락을 조이고 깊은 곳으로 끌어당겼다. 점점 성기가 빳빳하게 발기하기 시작했고 그제야 고환에도 정액이 차오르는 것 같았다.

 

“하, 읍. 으으.”

 

어떻게든 신음을 참아도 들썩이는 엉덩이는 막아지지 않았다. 요란하게 내벽부터 구멍까지 손가락을 반겨 대는 게 가화에게도 느껴졌다. 이게 자신의 몸이 기다려 온 것이라는 걸 가화도 부정하기 어려웠다. 이제까지 자신이 구멍을 가지고 논 건 장난이라는 듯 달아오르는 속도가 달랐다.

 

“하읏, 아아-! 아-!”

 

“벌써 갔어?”

 

사정한 것과 별개로 해소는 되지 않았다. 정말 수려의 말처럼 그저 미봉책에 불가하다는 게 무슨 뜻인지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그래도 좀 생각할 시간은 있어야 할 테니까. 좋아, 조금 더 도와줄까.”

 

수려는 이어서 연달아 세 번을 사정할 때까지 구멍을 괴롭혔다. 그제야 겨우 성기가 가라앉기는 했지만 애매한 해소는 가화를 더 목 타게 했다. 사막에서 겨우 물 한 모금 넘긴 것처럼 더 간절해지기만 했다.

 

축 늘어진 가화를 수려가 바지까지 꼼꼼히 입혀 주고 변기에 묻은 정액까지 깨끗하게 닦아 흔적을 없애는 동안에도 가화는 쉽게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가화는 수려가 자신을 끌고 가 다시 범할 줄 알았는데 정말 미련 없이 떠나는 것에 아쉬움을 느꼈다. 스스로 무슨 생각을 했는지 깨닫고 가화는 고개를 저었다.

 

 

 

***

 

 

그날 이후 가화는 시도 때도 없이 욕구 불만에 시달렸다. 정말 그날 수려의 손가락으로 세 번 사정한 건 억지로 누르고 있던 욕망에 길을 터 준 게 되었다. 아무리 혼자 뭘 해 봐도 그날의 해방감과 강렬한 자극을 얻진 못했다.

 

이게 얼마나 미친 짓인지, 어이없는 선택인지 알면서도 가화는 그날 수려가 쥐여 준 종이에 적힌 주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거기엔 비밀번호까지 다 적혀 있었다. 그러니 들어가게 되면 뭘 하게 될지 가화도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저 동기가 인사를 건넨다고 어깨를 건드리는 것에, 겨우 어깨동무를 하는 팔에 뜨거워지는 몸을 그대로 둬선 안 될 것 같았다.

 

막상 오긴 했지만 가화는 들어가지는 못하고 입구를 서성였다. 이건 정말 미친 짓인데, 정말 제 발로 들어가고 나면 아무런 변명도 하지 못하게 될 텐데. 정말 이게 맞는지 몇 번이고 생각해 봤다. 하지만 어차피 마음 없이 할 섹스에 모르는 다른 사람을 더 끌어들이는 것도 도저히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겨우 다른 상대와 했다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그 노력은 뭐가 되는 건지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피하기엔 일상생활에도 지장이 가기 시작하니 가화는 이대로는 도저히 참기만 하는 건 불가능할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난 뒤에도 가화는 고민했다. 이게 정말 맞는 일인지. 하지만 해소되지 않는 열감에 취해 헐떡이는 밤이 자꾸 이어지니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초인종을 누르자 오랫동안 일 층에서 서성거렸던 것과 비교되게 아주 쉽게 문이 열렸다.

 

“생각보다 일찍 왔네요.”

 

수려는 안으로 들어오기 쉽게 슬쩍 옆으로 비켜 줬다. 억지로 안으로 당기지도 않았고 재촉하기도 않았다.

 

저 여유로운 남자의 태도가 불만스러웠지만 뒤로 물러나거나 되돌아가는 것은 하지 못했다. 둘 다 움직이지 않은 채 미묘한 긴장감이 이어졌다. 아닌 척 버텨 봤자 가화도 알았다. 이미 이곳으로 왔다는 것은 선택을 끝낸 거나 다름이 없었다. 코끝에 익숙한 향이 번졌다. 홀린 것처럼 현관에 들어섰다.

 

달칵. 문이 닫혔고 가화는 닫힌 문을 뒤돌아봤지만 가화의 손목을 잡고 당기는 수려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왔다.

 

서늘한 색채가 가득한 공간과 달리 방 안은 따뜻하고 포근했다. 조금씩 뜨거워지는 아랫배와 몸에 번지는 열기가 이성을 흐트러트렸다.

 

“내 방으로 갈까요?”

 

뺨을 쓸어내리는 서늘한 피부가 시원했다. 가화는 홀린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번뜩 이대로 끌려갈 수는 없다는 생각에 가화가 걸음을 멈췄다. 수려의 손길을 내치며 최대한 똑바로 수려를 쳐다봤다.

 

“여기, 여기 온 건 제안하고 싶은 게 있어서야.”

 

뭐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가화는 이 일을 적어도 스스로 한 선택으로 남기고 싶었다. 고작 작은 자존심을 부리는 것일지라도 그렇게 하고 싶었다.

 

“우선…, 그날은 죄송했습니다. 제가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 몸이 굳어 이성적이지 않았어요. 부끄러운 일이지만 저는 유난히 동물의 유전을 많이 물려받아 다른 수인들에 비해 조절이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그날 일에 대한 사과를 들을 거라 기대하고 왔던 게 아니었기에 가화는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몰라 굳었다. 게다가 이렇게 사과를 받으면 가진 무기 하나를 잃는 꼴이라 떨떠름했다. 게다가 그날의 섹스가 좋았던 건 가화도 마찬가지였고 쾌락에 매달리기까지 했었기에 그만 언급하고 싶었다.

 

“됐어. 나도…, 싫었던 건 아니었고 오늘 여기 온 것도 그…, 관련해서 제안하고 싶어서 온 거니까.”

 

수려는 재촉하지 않았다. 달싹이는 입술이 귀여워 당장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잠시만 기다리면 스스로 이리로 다가올 텐데 그걸 망칠 순 없었다.

 

“그…, 나랑 그… 섹스 파트너 할래?”

 

기어들어 가는 작은 목소리라 수려는 가화의 말이 잘 들리지 않았다. 무슨 제안일지 모르지는 않았지만 수려는 되물었다.

 

“못 들었어요. 조금만 더 크게 말해 줄래요?”

 

“그…, 섹스! 파트너 할 생각 있냐고. 귀 막혔어? 왜 못 들은 척이야!”

 

울컥 성깔머리가 올라왔다. 이런 민망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 벌어져 조심조심하던 건 전부 사라지고 순간 평소의 성질이 나왔다.

 

“뱀 수인은 청각이 좋은 편이 아니라서요. 부끄럽게 하려던 건 아니었어요.”

 

수인들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약점을 건드린 것 같아 가화는 뜨끔했다. 괜히 당혹스럽고 민망해서 나온 말이었는데 저렇게 말하니 괜히 신경 쓰이고 마음이 불편했다.

 

“야…, 아, 그런 뜻으로 말한 건 아니야. 미안.”

 

가화는 이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말을 돌렸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아님, 고민되면 오늘 나랑 한 번 더 해 보고 결정할래?”

 

어차피 지금 당장 급한 건 가화였다. 이전에 먼저 달려든 건 수려였으니 이번은 제가 앞서서 다가가는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았다. 멋대로 거리를 좁힌 가화는 수려의 허벅지 위에 손을 가져갔다.

 

“뭐 하는, 읏.”

 

손을 아래로 뻗어 순식간에 수려의 바지 버클을 풀어내고 안으로 파고든 가화는 한 손에 다 잡히지도 않는 수려의 성기를 감싸 쥐었다. 두꺼운 안경 탓에 표정이 왜곡되어 보이는데도 미모는 쉽게 가려지지 않았다.

 

“정 미안하면 나도 널 한 번 덮치는 거로 하면 되겠다.”

 

가화는 도저히 못 참을 것 같았다. 여기서 풍기는 페로몬에 멀쩡한 척을 하는 건 이제 한계였다. 토끼의 발정은 봄에 가장 강하게 찾아오는데 이렇게 페로몬 향을 풍겨 대면 참을 수 있는 수인이 어디 있을지 되묻고 싶을 정도였다. 괜히 토끼가 번식력이 좋기로 유명한 건 아니었다.

 

수려의 위용 넘치는 것을 꺼낸 가화는 제 바지를 내리고 수려와 맞붙어 제 성기와 겹쳐 쥐었다. 신장 차이 때문에 수려가 몸을 낮춰 주지 않으면 성기를 같이 쥐는 것도 어려웠다. 옷을 따뜻하게 잘 입고 있어서 그런 건지 저번처럼 서늘하지는 않았다. 한 손으론 다 잡히지 않는 성기를 보며 침을 꼴깍 삼킨 가화는 서툴게 두 개의 성기에 자신의 것을 문질렀다.

 

“흣, 아읏-.”

 

근래 욕구 불만에 딱 발정기라 몇 번 움직이는 것으로도 가화는 빠르게 달아올랐다.

 

“잠깐, 여기 말고 방으로 들어가서 해요. 네?”

 

급하게 구는 가화를 달래며 수려는 제일 가까운 방으로 가화를 이끌었다. 취미를 위해 꾸민 방이라 의자와 책상 말고는 다른 가구가 없었다. 가화는 그런 환경에도 수려를 의자에 앉히고 쪼그려 앉듯 그 위로 올라갔다. 곧은 성기가 두 개의 커다란 성기 사이에 끼여 위아래로 움직일 때마다 표피가 당겨져 귀두가 드러났다가 감춰졌다. 성인 두 명이 앉으니 튼튼한 의자라고는 해도 끼익, 끼익 소리가 났다.

 

몸이 달아오르니 가화는 조절이 잘되지 않았다. 두 손으로 성기를 잘 쥐고 속도를 조금씩 빠르게 움직였다. 수음에 심취한 가화의 몸이 뒤로 기우뚱 기울었다. 수려는 재빨리 가화가 넘어지지 않게 허리를 받쳐 주었다. 그 탓에 가화는 완전히 수려에게 기대게 됐다.

 

“하읏, 으-!”

 

“조심해요.”

 

그제야 조금 정신이 든 가화는 조금 천천히 속도를 줄였다. 여전히 너무 여유로운 수려에 가화는 두 개의 좆을 동시에 쥐고 흔들었다. 점점 단단해져 굵어지는 성기가 위협적으로 흔들렸다. 정말 제가 이걸 뒤로 받아 냈다는 게 믿기지 않는 크기였다.

 

눈가를 살짝 찌푸린 채 유난히도 붉은 입술을 벌려 낮게 숨을 쉬는 모습이 그 어떤 것보다 자극적이었다. 급격히 치솟는 사정감을 참으며 가화가 성기를 열심히 흔들어도 수려의 성기에는 아직 선액조차 맺히지 않았다.

 

저보다 사정까지 훨씬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 알았지만 두 좆 사이에 낀 제 성기는 따로 자극하지 않았음에도 선액이 맺혀 흐르고 있었다. 덕분에 성기와 성기가 비벼져도 통증은 없었지만 가화는 조급해졌다.

 

수려도 괴로운 건 마찬가지였다. 가화에게선 흥분의 증거가 내뿜어졌다. 수려를 자극하는 향이 줄줄 흐르듯 뿜어져 나왔다.

가화의 냄새 탓에 수려도 발정이 왔다.  입이 벌어지고 송곳니에 독액이 고이는 게 느껴졌다. 상대와 함께 즐기는 섹스의 경험을 이제 막 느껴 본 수려는 더 참지 못하고 가화의 목에 이를 박아 넣었다.

 

“아흣, 아아-!”

 

“츱, 츠읍-.”

 

사아아, 낮게 들리는 포식자의 소리에 본능이 남아 있던 가화는 긴장으로 몸을 굳힌 채 떨었다. 쫑긋쫑긋 귀가 움직였으나 목을 문 수려는 그걸 보지 못했다.

 

암컷과의 교미를 위해 몸을 달구고 두 개의 좆을 받아 낼 수 있도록 근육을 풀어 주는 마비 독을 잔뜩 주입한 수려는 가화를 감은 팔을 좀 더 당겨 제게 밀착시켰다. 뜨끈한 체온이 기분 좋게 전달됐다.

 

“흐으, 뭐, 한 거야?”

 

“구멍이 찢어지고 싶지 않다면, 필요할 거예요. 두 개가 아직 익숙하진 않을 테니까.”

 

가까이서 울리는 수려의 목소리에 묘한 오싹함이 들었다. 다만 목소리 때문인지 그 내용 때문인지는 분명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상할 정도로 귓가에 부드럽게 감기는 듯한 감상을 들게 했다. 아름다운 외모와 달리 서늘하고 단단한 목소리는 이질적인 듯 아닌 듯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그 탓에 수려에게 더 자세히 물어보지도 못하고 얼굴에 홀려 고개만 끄덕였다.

 

구멍 뚫린 목을 핥아 올리는 다소 서늘하게 느껴지는 혀의 감촉에 가화의 몸이 움찔움찔 떨렸다. 그날의 감각이 떠올랐다.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없는 답답함과 밀도 높게 이어지는 쾌락에 울고 자지러졌던, 그날의 기억이 가화를 조급하게 만들었다. 빨리 움직여야 했다.

 

“이건, 흣, 싫은데….”

 

당장 두 개를 넣고 원하는 대로 허리를 흔들 순 없으나 한 개라면 못할 건 없었다. 아직 움직일 수 있을 때 해야 했다. 가화는 수려의 오른쪽 성기를 쥐고 충분히 풀리지 않은 구멍에 성급히 가져다 댔다.

 

“그렇게 무식하게 넣으려 들면 다쳐요.”

 

“이 정도는 괜찮…, 읏-!”

 

수려는 무작정 넣으려 드는 가화의 구멍에 먼저 선수를 쳐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젤도 넣지 않은 구멍은 손가락도 겨우 삼켰다.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바로 넣겠다는 건지. 수려는 혀를 찼다.

 

“이런데 뭐가 괜찮다는 거예요?”

 

“아아-. 앗-!”

 

긴 손가락이 미끄러지듯 안으로 들어왔다. 미묘한 거북함에 가화의 엉덩이가 들리려는데 정확히 가장 약한 지점을 노리는 손끝에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수려가 손가락을 움직이지 않아도 무너진 자세에 내벽이 문질러졌다.

 

자세가 무너지며 가화의 성기가 수려의 셔츠에 문질러졌다. 그 자극에 순간 참지 못하고 사정했고 수려의 연한 푸른 빛이 도는 셔츠에 정액이 묻어 흘러내렸다. 역시 지독하게도 도달하지 못했던 절정이 빠르게 찾아왔다.

 

“잠, 잠시, 갔는데-!”

 

가화가 빠른 사정에 민망해할 겨를도 없이 수려는 가화가 느끼는 곳을 손가락으로 동그랗게 원을 그리며 매만졌다.

 

“읏, 아아-, 아앗-!”

 

“그럼 그만할까요? 이걸로 충분해요?”

 

“그건, 흣, 그건, 아닌데.”

 

느리고 길게 이어지는 뱀의 성교를 생각했을 때 섹스가 끝나고 조금이라도 잠을 자려면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는 건 가화도 인지하고 있긴 했다. 예민해진 몸에 덧입혀지는 쾌락은 날카롭게 느껴질 정도라 견디기가 어려웠다. 어떻게 해 달라고 말해야 할지도 애매해서 신음만 내뱉을 뿐이었다.

 

완전히 꼿꼿하게 섰던 성기가 가라앉기도 전에 다시 부풀기 시작했다. 하나씩 손가락이 늘어 가며 구멍을 벌릴 때마다 하얀 엉덩이가 들썩였다.

 

가화의 아래가 충분히 젖어 있지 않은 상태라 수려의 손가락이 세 개 정도 들어가자 움직이기가 어려워졌다.

 

“흐읏…. 왜. 왜 빼는……!”

 

욕망을 인정하고 찾아온 가화는 수려의 행동이 못마땅했다. 수려는 적당히 안을 적셔 줄 것을 찾으려고 책상 위를 더듬었다. 그 짧은 순간에도 가화는 기다리지 못하고 제 것을 빼앗긴 것만 같은 표정을 했다.

 

“급하게 굴다 다쳐요. 잠깐 기다…….”

 

수려는 적당히 잡힌 로션을 충분히 짜낸 뒤 놀라지 않게 체온이 옮겨지길 기다리는데 그 잠깐을 못 참고 가화가 손을 뻗쳐 왔다.

 

“…됐으니까 빨리 넣어.”

 

엉덩이가 절로 뒤로 빠졌다. 가까워진 거리에 가화의 침이 꼴깍 넘어갔다. 수려는 거기에 못 이겨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손가락에 구멍이 벌어지고 로션이 그 길을 미끈하게 만들었다. 좀 더 수월하게 들어가는 손가락을 최대한 벌려 냈다.

붉은 구멍이 벌어지고 수려가 손가락을 넣고 뺄 때마다 구멍 틈으로 서늘한 공기가 들어왔다.

 

“흣, 아흑…!”

 

부드럽게 허리를 받쳐 주는 것과 달리 안을 헤집는 수려의 손길은 거칠었다. 그러면서도 정확히 가화가 느끼는 곳을 건드렸다. 그럴 때마다 가화의 구멍이 파드득 떨며 손가락을 잘라 먹을 것처럼 조여 댔다.

수려의 손가락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조이는데도 구멍 밖으로 비죽 밀려서 나올 정도로 잔뜩 로션을 바른 탓에 주르륵 미끄러져 나왔다. 좆질을 하듯 느리게 오가는 손가락의 움직임에 아랫배가 뜨거웠다.

 

“그만, 그만…! 흣, 손가락으로 이제 그만해. 그냥 넣, 넣어.”

 

“너무 성급합니다. 다쳐요.”

 

“흐으, 응…, 당사자가, 괜찮다잖아. 좆 두 개 다 넣으라는 것도, 아닌데!”

 

애가 탄 가화가 버럭, 저도 모르게 외쳤다. 일부러 애를 태우는 것도 아니고 당장 하나 박는 것으론 찢어지지도 다치지도 않는데 이만큼 구멍을 풀었으면 됐지 뭘 더 기다리라는 건지 답답했다. 성격이 급한 가화는 수려의 손가락을 내치듯 떨쳐 내고 수려의 성기를 쥐어 잡았다. 몸의 근육들이 나른하게 풀리는 게 실시간으로 느껴졌다.

 

수려의 성기를 손에 쥐고 구멍에 맞춰 천천히 허리를 내렸다. 구멍이 벌어지고 천천히 귀두가 가화의 구멍 안으로 들어왔다. 아래가 벌어지는 느낌이 선명했다. 몸을 풀어지게 만드는 독액은 이상할 정도로 신경을 날 서게 해서 감각을 증폭시켰다.

 

이런 크기의 성기가 두 개나 달려 있고 게다가 그 두 개의 성기가 제 안에 들어왔었는데도 구멍이 찢어지지 않고 되레 좋다고 울어 댔다는 게 새삼 놀라웠다.

 

“아응, 읏-! 이것 봐, 괜, 괜찮잖아.”

 

귀두만 겨우 받아먹은 주제에 허세를 부렸다. 느리게 숨을 고르고 좀 더 허리를 내리려는데 수려가 허리를 감싸고 있던 팔로 골반을 쥐고 그대로 가화의 엉덩이를 아래로 내렸다.

 

“흐아아…, 앗-!”

 

“그러네요. 괜찮다고 하셨으니까….”

 

느리게 새 나오는 낮은 목소리와 달리 가화의 골반을 쥐고 제게서 떨어지지 않게 잡은 채 들었다가 놓는 속도는 순식간이었다. 허리가 휘고 본능적으로 들썩이려는 것을 잡아 누르는 수려의 힘에 가화는 다시 아래로 내려가며 구렁이 같은 그것을 끝까지 받아먹어야 했다.

 

뱀 수인 아니랄까 봐 다른 누군가도 들어오지 못한 곳까지 아주 깊게 들어온 성기는 가화가 느끼는 곳을 무자비하고도 정확히 찔렀다. 수려의 위에 쪼그려 앉은 자세 때문에 더 깊게 들어왔다.

 

힐끔 아래를 보는데 결합된 부분이 흘러내린 하얀 로션 탓에 하필 정액이 구멍 사이로 새어 나온 것처럼 보였다.  가화가 엉덩이를 움직일 때마다 젖은 소리가 나며 더 깊이 로션이 밀려 올라오면서 침입자를 더 매끄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했다.

가화의 정확하지 않은 움직임에도 길고 두꺼운 성기는 쉽게 가화가 느끼는 곳을 건드렸다. 너무 강한 자극에 쾌락이 찾아올 때마다 가화의 움직임이 멈췄다.

 

“너무 느려서 이대로면 내일까지 안 끝날 것 같은데 따로 일정은 없나요?”

 

가화의 뺨이 화끈 달아올랐다. 온도 변화에 민감한 편인 수려는 맞닿은 피부로 달아오른 뺨의 체온을 느꼈다. 수려의 말에 확 자존심이 상한 가화는 그냥 털썩 앉아 버렸다.

 

“흐아, 읏-! 그럼 넌…!”

 

뱉으려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수려는 양쪽 엉덩이를 쥐고 가화를 들었다가 놓았다. 찔꺽이는 소리와 함께 살갗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가화의 말은 그대로 나오지 못하고 목 안쪽으로 삼켜졌다.

 

“그럼 저는요?”

 

“흐아, 아아-! 말, 말할 틈은…! 하읏-!”

 

질문을 해 놓고 대답은 전혀 할 수 없게 가화의 몸을 들었다가 놓는 수려의 행동에 신음만 줄줄 새어 나왔다.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함과 터지는 쾌락이 섞여 증폭되었다.  수려의 목에 매달려 바들바들 떠는 다리가 안쓰러워 보일 정도였다.

정신없이 흔들리는 몸은 몇 번의 사정으로 이어졌는지 모를 만큼 급하고 빨랐다. 가화가 금세 지쳐서 헐떡이고 축 늘어져 있는데 수려의 손가락이 구멍 틈을 벌리며 들어왔다.

 

“흐아, 읏-!”

 

얌전히 늘어져 있던 가화는 이미 배가 가득 찬 기분이었다. 그런데 그런 구멍을 더 벌리고 더 삼키라 종용하는 힘이 느껴지자 저도 모르게 달아나려는 것처럼 엉덩이가 들썩였다. 몇 번이고 이어진 사정과 애무하는 손길에 나른하게 온몸의 근육이 풀린 상태에서도 긴장이 되었다.

 

“힘들면 안 아플 수 있게 도와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수려가 목덜미를 잘근잘근 물고 빨며 날카로운 송곳니로 은근하게 긁어내리면 가화 본인은 모르는 듯했으나 몸은 엉덩이가 들썩일 정도로 구멍을 조여 왔다. 말랑말랑한 내벽은 그럴 때 건드리면 착 감겨서 아양을 떨었다.

 

손가락을 삽입하고 성기에 닿지 않게 엉덩이 살을 옆으로 당겼다. 그러곤 천천히 성기로 구멍을 드나들었다.  반사적으로 구멍을 조이려 드는 걸 막으며 움직이자 가화에게서는 앓는 듯한 신음이 터졌다.

벌어진 틈 사이로 로션 주둥이를 넣고 죽 짜내자 갑자기 서늘한 게 닿아 놀란 가화의 구멍이 로션의 주둥이를 콱 물고 놓지 않았다.

 

“아직 두 번째 좆을 넣지도 않았으니 또 느긋하게 군다고 혼날지도 모르겠네요.”

 

구멍 밖으로 넘칠 만큼 로션을 짜낸 수려는 두 번째 좆 대가리를 구멍에 들이밀었다. 너무 빠른 속도에 가화가 도망치려 엉덩이를 들었지만 허리를 잡혀 공간만 마련해 준 꼴이 됐다.

 

손가락으로 구멍을 강제로 벌린 탓에 꽂혀 있던 로션이 툭 떨어지고 그 틈 사이로 거대한 크기의 귀두가 닿았다. 수려는 고개를 젓는 가화의 몸짓에도 아래로 엉덩이를 내렸고 풀릴 대로 풀린 구멍은 한계까지 벌어지며 두 개의 좆의 침범을 강제로 수용해야 했다.